나는 보통 복지단체의 사회복지사들을 만나면 어떤 기업하고 주로 어떤 사업들을 많이 하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어떻게 그 기업과 연결되었는지도 물어보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들은 나에게 회사에서는 어떤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는지? 주로 어떤 단체랑 같이 하고 있는지?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담당 직원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한 이야기들을 묻곤 한다.
기업 사회공헌이란 특수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생소함도 있을 것이고 부러움도 있을 것이고 의아함도 있을 듯하다. 나 역시도 예전에 복지단체에서 근무했을때 기업 재단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현장 실무자로서 기업에 많은 제안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그럼 기업에서는 어떻게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지 일 것이다.
이에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험과 나의 사례를 바탕으로 프로그램 기획과 후원금 집행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물론 기업마다 상황은 다를 것이다. 기업 담당자나 내부 논의를 거쳐 후원 방향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도 있고, 알고 있는 복지 단체들에 사업 제안을 요청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또는 복지 단체들의 사업 제안을 받아 해당 아이템을 선정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전자에 해당하는 사례로 나의 경험과 실제 진행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사회공헌 프로그램 선정과 예산 배정은 매년 초 이루어진다.
일단은 전년도 사업에 대한 실적과 평가를 통해 효과성이나 만족도나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한다. 1차적으로 실무 차원에서 논의되기도 하지만 중간보고 과정에서 임원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통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신규 사업 기획과 관련해서는 연중 상시 이슈가 있는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내부 보고하며 시행 가능성이 높은 기획안은 연초 신규 사업으로 내용을 보완하여 내부 보고 후 위원회에 상정한다.
이렇게 중단이나 축소, 확대, 강화, 신규 등으로 고려된 프로그램들이 정렬되고, 전년 예산과 당해연도 예산 범위 내에서 세부 예산 규모가 편성된다.
이후 최종 정리된 자료가 내부 임원까지 보고를 마치고, 보고 과정에서의 의견을 반영하여 최종 당해연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이 편성된다.
최종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장단 회의에서 전년도 사업실적 및 결산 보고와 금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CEO의 승인을 받아 확정된다.
이렇게 연초 1월~2월 간의 과정을 거쳐 확정된 연간 사업계획 및 예산을 가지고 연간 집행 계획을 마련하여 관련 단체들과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럼,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는 어떻게 신규 사업을 기획할까?
먼저 문제 인식이 제일 중요하다.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이슈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접근하게 된다. 또한 그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기부나 후원을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개선이나 변화의 여지가 있는지를 고민한다.
두 번째로, 남들이 하지 않고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는가?이다. 문제로 인식된 분야에 대해 타 기업의 유사한 사례들이 있는지 인터넷 정보 검색을 통해 전반적인 후원 상황을 파악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분야에 좀 더 세부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세 번째로, 우리 회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이다. 몇 해 전 CSV가 유행하면서 업과 연관된 사회공헌이 붐을 이루었고 그 분위기는 지금도 기본 바탕이 되고 있다. 물론 모든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이 꼭 기업과 직/간접적 연관성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네 번째로, 적은 비용으로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가?이다. 문제 해결에 효과 있게 대응할 수 있느냐 이다.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문제가 너무 커서 우리의 일부 후원만으론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다섯 번째로, 중간에 그만두어도 부담이 없는가?이다. 긍정적인 취지에서 후원이 시작되더라도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중단될 수 있음을 항상 고려해 두어야 한다.
여섯 번째로, 사업 수행을 위한 대표성 있는 단체가 있는가?이다. 우리의 경우 전국 규모의 큰 단체들보다는 해당 분야나 수혜자와 관련하여 대표성이나 전문성이 있는 단체를 선호한다.
마지막으로 홍보효과는 사업 진행과정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관련 부서(홍보팀)에서 진행하는 사항이라 사회공헌 부서에서 깊이 고려하지는 않는다. 물론 전달식이나 사례 소개 등 홍보 시점에서는 필요한 경우 관련 자료나 내용이 협조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위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문제 인식은 사업의 필요성으로 내부 관계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 사회복지사로서의 역량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공동모금회나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경련 등 관련 기관에서 발간한 CSR 보고서나 트렌드 보고서 등을 통해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한다. 또한 타기업 사회공헌 사례들을 인터넷 기사 검색을 통해 파악하기도 하고, 파트너 단체 관계자들을 통한 사회적 이슈나 분위기를 전달받기도 하며,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깊이 있는 내용 파악이 필요할 경우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 정부 관계부처 홈페이지를 참고하기도 한다.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나 예산등은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서 지속가능보고서를 다운로드하여 볼 수 도 있고, 기업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서도 기부금 규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인터넷 기사 검색을 통해 해당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내용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회공헌 제안 등으로 기업 담당자를 만날 기회가 되면 먼저 사전 조사를 통해 그 기업의 사회공헌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좀 더 효과적이고 성과 있는 만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호의적으로 응대할 것이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안돼요!
귀 기업에서 관심 있어하는 분야는 무엇인지요?
귀 기업은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연간 사회공헌 예산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공부 좀 하고 오셔야죠!!!)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
귀 기업에서는 00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던데 관련 분야로 확대 계획이 있으신지요?
귀 기업에서는 00 분야를 주로 많이 후원하고 있던데 기업의 중점 분야인가요? 그쪽으로 집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자료를 보니 기부금이 연간 00억 원이던데 본사에서 다 집행하시는지요? 사회복지 분야는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요?
(날카로운 질문에 땀나네요. 역쉬 사회복지사는 다르네요~^^)
이렇게 우리 회사와 나의 사례를 바탕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든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느 기업이든 환영할 것이다. 물론 서로 입장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보니 동일한 상황을 같이 보고 듣고 이야기하더라도 동상이몽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 쉽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바란다.
좋은 아이디어의 사회공헌 제안 프로그램이 있다면, 먼저 회사 홈페이지 내 고객의 소리 등을 통해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 또는 회사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 후 관련 부서 연결하고 담당자 통화 후 이메일을 확인하여 제안서를 보내줄 수도 있다. 한편, 가능하다면 주변 지인을 통해 담당자 연락처 확보 후 제안서를 보낼 수 있다.
한편, 일방적으로 전화해서 미팅을 제안하면 부담스럽다. 좋은 아이디어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 제안하면, 사회공헌 담당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연락할 것이다.(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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