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7일은 제25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정부 기념일 ‘사회복지의 날’ 제정을 위해 앞장섰던 사회복지사로서 감회가 무척 새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언제부턴가 ‘사회복지의 날’은 기념식이나 하면서 표창장을 전달하는 행사로만 인식되고 ‘사회복지의 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정부 기념일이 되었는지, 제정 의의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더욱이 ‘사회복지의 날’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된 날이라고 알고 있다.
더 이상의 시간이 흘러가기 전에 이 지면을 빌려 사회복지사들에게 사회복지의 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제정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려 의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
지금은 사회복지라는 용어가, 국가적, 국민적으로 주요 정책 핵심으로 차지하고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국가 및 지방재정의 약 40%에 육박하는 복지 재정이 됐고,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용어를 가지고도 정권과 정치적인 이념까지 함께 바뀔 정도로 사용되고 있으나 필자가 사회복지사로 실천 현장에서 일을 하던 1980년대만 해도 정부는 사회복지를 선 경제, 후 분배라는 개념을 적용해 사회복지를 소비라는 관점에서 정책들을 추진해 사회복지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었으며, 국회에서는 매년 차기연도 예산 통과시 정례적으로 사회복지 예산이 1순위로 삭감됐다. 또한, 국민들도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을 자신은 결코 해당되지 않고 영세민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나이 들면 노인 문제, 사고를 당하면 장애인 문제, 사별이나 이혼을 하면 한부모 가정 문제, 자녀의 영유아, 아동, 청소년 문제 등 우리에게 발생될 수 있는 복지문제를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도 국가로부터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와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복지의 날’ 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달력을 보면 정부 각 부처와 관련된 날들이 모두 정부 기념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회복지의 날’만 제정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경우 보건의 날은 제정돼 매년 정부 기념일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복지사 등 사회복지 종사자들도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격려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러나 제정을 위해 대통령실, 보건복지부 등에 건의를 하였지만 반대, 거절의 답변만 들었다. 그러던 중 1995년 7월 지방자치제 실시로 광역 시·도지사 및 기초 시·군·구청장 선출로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 1997년 11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자금 지원을 받은 국가적 위기 사건이 발생되면서 공공부조의 핵심인 생활보호법으로는 빈곤에 놓은 국민들을 보호할 수 없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
당시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과 서울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위해 45개 시민단체와 함께 투쟁 중이었다. 힘든 3년여 투쟁 끝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 통과돼 당시 민주당 이성재 의원에게 사회복지의 날 제정의 필요성과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여·야 국회의원 21명의 발의로 1999년 12월 28일 국회에서 통과, 정부 기념일로 제정됐다.
‘사회복지의 날’을 제정한다면 어느 날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견들을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관련 기관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법안을 만들고 국민이 참여하고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 공포한 9월 7일이 날이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날로 판단돼 정하게 된 것이다.
10년 가까이 ‘사회복지의 날’을 정부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해 추진한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자 했다. 둘째, 국민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변화로 정책에 관심을 갖게 하고자 했다. 셋째, 사회복지사가 국가로부터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국민들에게 존중받게 하고자 하였다.
사회복지사는 국민의 복지를 책임진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전문직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사회복지사들이 가치를 실천하고,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기보다는 노동자로서 정치 세력화라는 명목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서로 진보, 보수하며 정치적으로 나누어져 동료들 간에 비난하고 분열하는 사회복지계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다시 한번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공포된 날이 사회복지의 날로 왜 제정되었는지 그 의의를 기억했으면 한다. 사회복지사들이여 사회복지사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지 말자!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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