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사 제도가 시행된지 올해로 40년이 되는 해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발급 1백만명이 넘는 시대를 넘어오면서 40여년의 역사속에서 사회복지사 제도의 변화를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시작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에 최근 기호일보에 칼럼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사에게
김진학 한국공공복지연구소 소장
올해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제도가 법적으로 시행된 지 40년 되는 해다. 1970년 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을 1983년 개정해 사회복지사제도로 개선, 1984년부터 현재의 사회복지사 제도를 시행했다. 이 땅에 사회복지사 제도가 만들어지기까지 1952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창립, 1957년 한국사회복지학회 창립, 1966년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창립, 1967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창립,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 제정 등의 과정을 거쳤다. 지난 40년 동안 사회복지의 법, 제도, 정책, 재정, 조직, 인력 등에서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공공행정 조직 최초로 사회복지사들이 1987년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제도를 통해 임용되고, 민간 사회복지시설이 생활시설 중심에서 1990년대부터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등 이용시설로 확대되면서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시점이 됐다. 그 결과, 공공행정 조직에서는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를 만들어 별정직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1999년 일반직으로 전직돼 승진 과정을 거쳐 현재 3만여 명이 공공복지 행정의 전문직으로서 역할을 수행 중이다. 민간 사회복지사 영역에서는 2003년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 시행, 2009년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실시, 2012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 2018년 사회복지사 3급 폐지, 2020년 전문 사회복지사 제도를 위한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의료사회복지사, 학교사회복지사 국가자격증 제도 시행 등을 통해 전문가로 활동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전문성 강화를 위한 많은 노력과는 다르게 2003년부터 사회복지사 양성이 대학 사회복지학과 중심에서 이수 교과목으로 바뀌면서 평생학습 과정의 이수자에게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부여되고,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 역할이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또 사회복지사 교육과정의 약화, 역할의 모호성, 직무 범위의 불명확, 업무 특성, 근무환경 열악성으로 전문성 저해를 가져왔다. 이러한 배경으로 사회복지사들은 처우 개선을 위한 임금의 전국 단일화 요구, 권익을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 가입 활동,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당 가입 운동, 보수교육비 예산 지원 요구, 보수교육 시간 감축 요구, 심지어 사회복지사 명칭 대신 활동가라는 명칭 사용 등에 집중한다.
사회복지사도 노동자이고, 생활인이고, 직업인이다. 그러기에 근로 처우와 조건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노동의 대가로 상응하는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와는 다른 사회문제, 사회복지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민과 복지 대상자들은 사회복지사에게 다양하고 복합적인 욕구 충족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적 역할을 요구함에도 현장에서의 전문성 약화로 현재 130만여 명의 사회복지사들은 존재 목적인 복지 대상자들에게서 전문성에 대한 도전을 심각하게 받는다.
이러한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과 도전은 사회복지사 정체성(Identity)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정체성은 ‘사회복지사 다움’이다. ‘사회복지사 다움’이란 사회복지 가치를 실천하고,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사회복지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정체성은 사회복지 학문을 배우는 교육과정에서부터 형성돼 사회복지사로서 실천 현장에서 복지 대상자들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확립된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은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러면 왜 사회복지사 정체성을 잃어 가는 걸까? 사회복지사의 목적 전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과거 동정심, 자선, 시혜, 헌신, 상부상조 등 종교인, 봉사자 속성에서 출발한 사회복지사는 전문직으로서 인권, 평등, 자유, 정의, 연대 등 가치와 윤리강령을 실천하고 준수하며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 속성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처우, 지위 향상, 노동 대가 등에 집중하는 노동자로서의 속성을 강조하면서 사회복지사들은 봉사자, 노동자, 직업인 속성이 혼돈돼 정체성 혼란을 가져와 목적 전치 현상이 일어난다.
공공행정기관에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을 임용하고, 사회복지기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를 채용하는 까닭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존재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사회복지사 제도 전반에 대한 도전을 국가와 국민, 복지 대상자에게 받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이여! 잃어 가는 정체성 회복에 나서자. 사회복지사 처우나 지위 향상은 전문성이 확보될 때 이뤄진다. 전문성에 대한 노력 없는 처우나 지위 향상 요구는 국민과 복지 대상자를 배반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사회복지사 명칭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무자격 시대(1970년대 이전), 사회복지사업 종사자 자격증 시대(1970~1983년)를 거쳐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대가 된 것을 잊지 말자.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했던 선배, 동료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회복지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3월 8일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창립일이었다. 40년 전 사회복지사 자격증 제도를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역사를 잊지 말자. 사회복지사는 국민 복지를 책임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 모두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회복해 국가로부터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국민과 복지 대상자에게 전문가로서 존중받는 사회복지사가 되자.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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